로고

교우회게시판 - 자유게시판

휘문교우회 로고
주간동아기사 ( 제516호 12/27일자) 한상범교우의 아주 특별한 효도
사진설명: 좌로부터 손보기선배님,곽복록선배님,이순재선배님,이덕수선배님,조주호선배님 최영희선배님,한상범(대한항공부사장) ,권혁홍(교우회회장),장용이 12월1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밤은 즐겁고 휘청거렸다. 상점의 영롱한 빛은 밤을 수놓았고,크리스마스캐롤은 거리를 들썩이게 했다. 송년회를 찿는 행인들의 발걸음은 하나같이 들떠 있었다. 연세대앞의 한 한정식식당에서 꾸려진 색다른 송년모임은 휘청거리는 밤을 따뜻하고 향기롭게 만들었다. 한식당\"석란\"으로 6시30분께부터 여든을 넘긴 노신사들이 모여든다. 일제강점기에 휘문고를 다닌 32회 교우분들이시다. 최영희(84) 전 국방부장관,성악가 조주호(84)씨, 곽복록(83) 전 서강대교수 한독친선협회 회장,손보기(83)연세대 교수,이순재(83) 전 민주평통자문위원,교장을 지낸 이덕수(83)... 70년 지기들은 어느새 까까머리 학생시절로 돌아간다. \"자네들 정지용(시인) 선생님이 우리들 영어가르치신 거 기억 나? 시험감독으로 들어와서는 감시는 안하고 신문만 보셔서 너도 나도 커닝을 했었잔아. 그때가 그립구먼\". 조주호씨가 옛이야기를 꺼내놓자, 까르르 웃음꽃이 방 안 가득 퍼진다. \"동수도 참석했어야 하는데, 자네들 동수가 보고싶지 않아?\" 이순재씨가 세상을 떠난 한동수(97년 작고)씨를 떠 올린다. 그러자 곽복록씨가 \"동수가 학교다닐때 응원단장이었지. 우리들의 구심점이었는데...\"라고 말을 받았다. 노신사들이 먼저 떠난 친구를 기릴 때 대한항공 한상범(59) 부사장의 눈망울이 촉촉해진다. 한부사장의 아버지가 70년 지기들의 입에 오르내린 바로 그 \"동수\". 이날 모임은 한부사장이 꾸린 \"아버지를 기리는 밤\"이다. 그는 8년째 아버지의 기일이 낀 12월에 송년모임을 겸해 아버지 친구분들을 모아 고인을 기려왔다. \"살아계신 부친을 뵙는 것 같아\" 子欲孝而親不待(자식이 효를 다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옛말은 한부사장에게는 마땅치 않은듯했다. 아버지는 떠났으되 그는 현생에서 효를 실천하고 있었다. \"살아계실때 효자 노릇을 못했습니다\" 라고 그가 말하자, 노신사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아들은 없다. 동수가 복이 많다\"고 맞받는다. 그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시신을 화장하여  북악산에 놓아드린 게 마음에 걸려 모임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버지 친구분들이 덕담나누고 옛애기를 하는 걸 보면 아버지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12월 모임이 일년 내내 기다려집니다. 어르신들을 만나면 꼭 살아계신 아버님을 뵙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잃고, 더 많은 아버지를 얻은 셈이지요\" 그는\"선배님 건강하시죠\"(한부사장도 휘문고 56회이다) 라고 물으며 아버지 친구들의 건강을 꼼꼼이 챙겼다. 행여 내년 모임에 나오지 못할까 걱정해서다. 그 역시 건강을 신경써야하는 初老의 나이. 그는 2003년도에 임파선암 수술을 받았다. 조양호 대한항공회장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치료를 받아 새 삶을 시작할수 있었다. 初老의 신사가 돌아가신 아버지 친구분들을 챙기는 모습은 따뜻했고,향기로웠다. 조주호씨는 \"이시대의 귀감이 되는 행동\"이라며 친구 아들을 치켜세웠다. 모임에 동석한 장용이(60) 휘문교우회 부회장은 \"세상을 떠났어도 옛친구들에게 기려지니 한부사장 아버님은 행복한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부사장을 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임은 9시가 넘어서 파했다. 식당을 떠나면서 한 부사장이 농담을 꺼낸다.\"아버님 여자 관계는 어떠셨습니까?\" 노신사들이 정색을하고 답한다.\"없었어\". 노신사분들은 한 부사장이 들려준 선물꾸러미를 들고 하나둘씩 차에 올랐다. 신촌의 밤은 여전히 휘청거렸고,한 부사장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주간동아 송홍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