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1개와 동충하초 2병
🧑 김종문
📅 2005-12-15
👀 508
[이봐 그곳에 버리면 어떻게 해! 그 위험한 곳에 사람이 내려가서
일일이 하나하나 줒어야 하지 않아 그냥 이곳에 버리면 청소하는
사람이 쓸기라도 할수있지]
의정부역 철길에 슬그머니 내버린 꽁초 임자에게 한마듸 핀잔을 줬다.
[담배꽁초 버리면 3,000원 벌금]
부대 담벼락에 씌여진 글귀 바로 아래 담배 꽁초들이 버려져 있댜.
용감한 사람들이다. 두려울게 없다. 그냥 3,000원 주면 되지.
40대에 35년간 근무하던 전 직장동료에 의한 말로, 그의 친구 문병을
갔는데, 환자의 머리를 뻐겐 의사의 몸에서 니코친 냄새가 확 끼치더란 말을
듣고, 또한 꽁초를 함부로 버리게 되는 상황이 싫기도 하고,
바로 그날부터 담배를 끊었다.
의정부 역 담벼락 옆에 콘센트 건물 사무실에서 화장실을 가려면 2-3분 거리를
가야한다. 그냥 담벼락에 소변을 보면서 담배 꽁초를 여기 저기 휙 던지고 만다.
[문화인은 담배꽁초 휴지등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젊잖게 써 붙인 팻말 바로 아래 역시 담배 꽁초가 버려져 있다.
못 말리는 사람들이다.
담벼락 옆 한쪽 구석에 땅을 파서 돌을 넣고 호수를 박아 소변 통을 만들었다.
한 사람이 소변을 보고 있으면 다른 한 사람은 역시 담벼락에 소변을 또 본다.
냄새가 엮겹다.
그래 어디 보자. 과거는 묻지 않겠다는 뜻으로
[앞으로, 아무곳에나 소변을 보는 놈이나 담배꽁초 휴지등을 버리는 놈은
종로3가 출신녀(갈보년)의 자식이다.]
커다랗게 써 붙였다.
소변도 줄을서고 담배 꽁초도 보이지가 않는다.
답답하던 속이 뻥 뚥렸다.
엇그제 입사한 것 같은 경비생활이 어언 6개월.
오전 7시에 시작한 청소가 9시 30분 정도되야 깨끗해 진다.
청소를 하고 뒤 돌아서면 또 버려져 있는 꽁초들. 다시 줍는다.
이곳에도 위와같은 글의 팻말을 붙일가 소장에게 말하니 안 된단다.
어린이 놀이터인지 어른 놀이터인지 버려진 꽁초, 휴지, 어린이들이 행여
다칠새라 깨어진 술병조각등을 삿삿이 줍는다.
놀고 있던 많은 어린이들 가운데 여자 어린이 한명과 남자 어린이 한명이
[아저씨 도와드릴게요] 휴지를 줒어준다. 천사의 마음이다.
행여 그들의 부모가 보고 그들 자녀에게 일을 시킨다는 오해를 받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맙다. 아저씨가 해도 돼] 인사로 그들의 도움을 막았다.
경비실로 그때 그 여자 아희가 남자애를 동반해서
[아저씨 약 있어요]
한 남자애가 손가락이 다쳐 치료를 해 주려고 한다.
[동생이니?]
[안예요]
이런 마음을... 뭉클한다.
약이 없어서 수지 지압봉을 붙여줬다.
저녁녁에 지저분한 곳을 청소하고 있는데 지난번 그 여자 아희가 저만치
자동차에서 내려 집으로 가려다 나를 보고 뛰어와서 그녀가 먹으려던 귤 한개를
두손 모아 공손히 내민다. 얼른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뭉클 전신이 져려온다.
이 아희는 분명 천사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리.
간혹 주민들이 음식, 우유등을 경비실에 보내준다.
[감사합니다]
큰 소리로 인사하고 고맙게 받아 3인 1조가 같이 나눠 먹는다.
어떤것은 유효일이 하루전이거나 하루 지난것도 더러있다.
저녁에 한 주민 여인이 찾아와 따끈하게 데운 동충하초 음료 2병을 주고간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식기전에 얼른 한병을 마셨다. 시큼한 이상한 맛이다.
다른 경비 한명에게 한 병을 주려고, 혹시나 해서 유효 날짜를 보니
2개월이 지났다. 속이 매슥 거린댜. 그냥 정원에 쏟아 버렸다.
아내에게
[경비는 하이애나로 보이는가 봐.]
아내가 씩 웃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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