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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修己治人”
혹독한 추위와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금년도 저물어가는 세모의 저녁이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움츠리고, 오가는 행인들은 코트의 깃을 바짝 세운 전형적인 한 겨울 풍경이 연출된 가운데 어제 저녁 광화문통에서 56회 장용이, 서갑수 선배님과 저녁을 함께 하였습니다. 얼마 전 저희 연주회를 찾아주셨던 서갑수 선배님께서 저녁을 사신다고 하여 장용이 선배님과 약속 날짜를 잡은 것이 전번 주였지요. 같은 56회 대한항공 부사장이신 한상범 선배님의 사모님께서 운영하신다는 광화문 이마빌딩 지하 비손 양식집에서 맛난 저녁을 했습니다. 서갑수 선배님의 따님은 국내의 저명한 콩쿠르의 많은 수상경력과 함께 예원중. 서울예고를 나오고 한국예종을 나와 독일의 데트몰트 음대 콩쿠르에서 첼로로는 처음으로 1등을 수상하고 내년 졸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첼로계의 수많은 신예 연주자들을 접하는 제가 보아도 단연 뛰어난 재원이었습니다. 오랜 만에 맛보는 맛난 빵을 음미하면서 음악계의 현실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내년 귀국하면 음악계의 현장에서 활동하게 되는데, 첼로학회의 가능한 여러 지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뜻한 실내에서 얼었던 몸과 마음이 풀리고 맛난 저녁을 끝낸 후, 서갑수 선배님이 카운터에 갔다 오시더니, 종업원이 한상범 선배님의 명령이라며 받지 않으려 하여 반 협박?을 하고 겨우 지불하셨다고 말씀하십니다. 56회 선배님들의 우의를 지켜보면서 참 값진 동기애들을 가지신 분들이라고 재삼 느꼈습니다. 부부동반으로도 등산, 여행 등 활발하고 유익한 활동을 겸하는, 후배들의 모본이 되는 선배 기수가 바로 56회입니다. 내친 김에 신문로의 금호아트홀에서 있는 첼로독주회를 찾았습니다. 장용이 선배님께서 관여하시는 천주교 외방선교회의 회장님이신 김현욱 전 국회의원의 따님인 김영은 첼로독주회가 있다 하여 가 보기로 했습니다. 김현욱 회장님의 환대에 이어 로얄석에 앉아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입장하기 전에 한 백발의 노신사분을 멀리서 뵙고 낯이 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터미션 시간에 나와 장용이 선배님께 말씀드렸지요. “저 분이 휘문의 대선배이신 이성재 선배님이신 것 같습니다.” 장용이 선배님이 가셔서 말씀을 나누시더니 오라고 하십니다. 36회이시며 서울음대 교수와 구 문예진흥원장을 역임하시고 지금은 서울음대 명예교수로 계시는 이성재 대선배님이 역시 맞았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여쭙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성재 선배님이 36회라고 하시는데, 장 선배님이 따져 보시더니 연세가 82세가 되신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그 혹독하고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친 한겨울에도 자세 하나 흩트리지 않으시고 정정함을 유지하고 계신 걸 보며 속으로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음악계 일을 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시며 명함을 주셨습니다. 휘문의 또 다른 전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온유함과 자유로움 속에서도 소 힘줄 같은 뚝심과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리더십, 현대인의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털털하고 순수함을 간직한 오랜 전통을 선배님들을 대하면서 날이 갈수록 깊이 느껴갑니다. 세모의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밤, 차마저도 꽁꽁 얼어붙는 듯한 동짓달의 한파가 마냥 기승을 부리는데도 가슴 속은 훈훈하기만 합니다. 어느덧 장년으로 접어들어 이제는 제자, 후배들을 돌아보아야 하는 자리에 이름에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가는 해와 오는 해가 교차되는 마지막 달입니다. 한참 무섭게 질주하던 청년의 기질이 차차 변해 가고, 멋진 황혼을 맞으려 충실한 결실을 맺으려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얼마 전 장영준 전 교장선생님과 같이 만나 뵈었던 42회 신좌성 선배님께서 직접 일필휘지 하시고 보내주신 글을 소개합니다. 모든 선후배님들께 해당되는 귀한 글이지요? “修己治人”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