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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박재형

  8월 무더위,     
 궁남지 초록 연잎속에 핀 꽃잎은 피었다 지고,
    
 보일 듯 말 듯 시들은 잎새에 허물을 벗은 잠자리,
     
 날개를 떨며 횡하니 떠난 자리는, 
    
 일생의 영상이 순간으로 남는다.

 
 
수 많은 상념과 기도로 덮힌      
 절간의 처마 끝을 타고 풍경에 닿은 바람소리,
     
 부처님의 법보(法寶)인 듯 절박하게 기원하는 구도자에게 
    
 가공할 만한 엄청난 위력의 말씀이 되어, 
    
 낱낱이 깨어지고 부수고, 
    
 여운은 빈 마당을 채운다.

 
 지난 시간에 있던 것, 지금 있는 것, 다음에 다시 있을     
 기묘한 비밀의 것을 궁구하는 생,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들을 외면한 채, 
    
 모여졌다 헤어지는 생명의 현상들을 쫓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허전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씨줄과 날줄 
 맞물려 돌아가는 틈새에서
피조(被造)된 자아의 정체는
 시공을 맴돌다,
진실을 벗겨내지 못하고
 의문과 궁금증을 안은 채
“인생은 바람이어라”라는     
 추임새로 먼 훗날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