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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피그를 보다

(詩) 기니피그를 보다

시인 신 성 수

 

녀석이 신문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물어뜯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건 먹는 것 아니야 신문이란 말이다.

아이들이 녀석의 입에서 신문을 빼내자 녀석은 가르릉 소리를 내며 싫어했다.

녀석의 이름은 ‘차차’였다.

아이들이 분양 받아와 그렇게 불렀고

미나리며 귀리 등을 주며 콧잔등을 쓰다듬어 주면

녀석은 몸을 기대고 매우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알 수 없는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었고

자주 거칠게 반응하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한 번은 제집을 청소하는데 그 작은 이빨로 물기도 하였다.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반응하였을까

신문을 뺏긴 녀석은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더니

방구석에 웅크리고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것 같았다.

문득 사람의 기준에 녀석을 맞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을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두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을 데려와 한 번도 그런 배려는 없었다.

아이들이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그것은 아이들의 기준이었지

녀석의 기준은 아니었을 것이다.

품어 안고 서로 눈을 맞추어도

아이들과 녀석의 생각은 달랐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보다 더 순수하지 못했고

녀석을 대하는 것이 그저 다른 사람들 다 하는 것과 같았을 뿐이다.

한 번도 녀석을 품어 안아주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갑자기 녀석이 크게 보이는 것 같았고

금세 잠을 깨고 달려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녀석의 작은 이빨과 발톱이 떠올랐다.

그랬을지도 모른다.

방구석에 있어야 하는 것은

녀석이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른다.

녀석과 똑같이 신문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어 보아야 했을 것이다.

 

기니피그를 보다.

소중한 가르침을 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