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 신성수
📅 2013-02-20
👀 801
(詩)
치과에서
시인 신성수
툭,
떼구르르,
큰 아이가 오른쪽 사랑니를 뽑았다.
마취는 되었겠지만 치과 진료가 어디 편한 것이 있을까.
신문 너머로 누워 있는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씩씩하게도 치과 진료를 잘 받았다.
간호사의 으름장이 없어도 엄마 아빠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스물 셋,
벌써 그렇게 자랐는가.
해가 바뀌고 나서 아이는 分家를 말해 왔었다.
새벽 다섯 시 출근
의정부에선 참말 먼 고속터미널
올 겨울은 유달리 추웠다.
어른인 나도 직장 근처로 가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는 제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제 엄마의 입장을 헤아리는 눈치였다.
어제 동대입구역에서 약수역으로
그리고 연신내역에서 불광역으로
겨울 시샘이 남아 바람이 차가왔던 雨水 절기
두 칸짜리 방을 보고 돌아섰을 때
나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렇게 부모 자식 사이에 천천히 이별하는 것이지
당연한 순리이지 생각하면서도
정말 아쉬웠다.
다 큰 아이 이빨 뽑는데 아빠도 오셨네요.
나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어색하였지만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 보였다.
의사선생님은 아이에게 오늘 잘 참았다고,
큰일 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암, 그렇지 누구 딸인데
치과 문을 나서는데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봄이 다가온다는 설렘보다
알 수 없이 기분이 좋았던 정오 무렵이었다.
- [148] 신성수 이상화 古宅을 떠올리다 2013-04-06
- [147] 신성수 대구詩行 2013-04-03
- [146] 신성수 대구 화원자연휴양림 미나리밭 2013-03-19
- [145] 신성수 나무는 왜 눕지 않을까 2013-03-19
- [144] 신성수 새벽, 용문사 2013-03-19
- [143] 김승기 (짧은 산문) 탁배기 잔의 비밀 2013-02-28
- [142] 김승기 (짧은 산문) 용(用) 불용설(不用說) 2013-02-23
- [141] 신성수 치과에서 2013-02-20
- [140] 김승기 (詩) 나는 그리움의 수인(囚人) 2013-02-10
- [139] 김승기 (詩) 비가 오면 더욱 그리운... 2013-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