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변명, 2012, 처서
🧑 신성수
📅 2012-08-26
👀 650
(詩) 변명, 2012, 처서
詩人 신성수
- 여름, 야위었다.
폭염을 변명삼아 잘 쉬었다.
더위에 잘 쉬었다니
키득거릴 일이다.
녀석을 이유로 시 한 줄 안 쓰고 지났다는 말이다.
그걸 자랑이라고 당연하다고
석 달 여름 끄덕거렸다.
내가 그랬다.
처서가 지나고서야
부끄러운 줄 모르고
지나간 여름을 떠올리고 있다.
나무들은 이 여름도 당당하게
알몸으로 서서 폭염을 이겨내고
가을 입구에서
더욱 싱그러운 낯빛으로 서 있는데
늘 자연 앞에 무릎을 조아리자
나무를 우러르자고 하던
나는 이 가을 어떤 낯빛을 하고
숲으로 가서
나무들을 볼까.
나는 그래서 늘 무섭다
변명이 습관이 되고 만 내가 무서웠다
팔월의 마지막 일요일 새벽
이 글을 쓰는 시간만이라도 정직하기 위해
아내가 켜놓은 선풍기를 껐다.
정말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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