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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나무

(시) 매실나무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미안해,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

 

지난 해 가지가 잘려진 매실나무에 새순이 돋았다.

처음에 녀석의 살점들이 베어진 자리를 볼 때마다 더 이상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였다.

지난 이월 추위와 때 이른 더위 등 불순한 일기 속에서 녀석이 살아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였다.

그러나 참말 그러나 봄이다하며 보란 듯이 고운 낯빛의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금세 베어진 자리를 찾지 못하게 될 정도였다.

나는 멀리서도 바라보고 가까이 다가가서도 좋아라하고 고맙다 하였다.

그러면서 거듭 미안하였다.

처음에 왜 그렇게 가지들을 베어내야만 했을까. 나란히 서 있는 친구들끼리 때로 엉키기도 하고 부딪기도 하게 두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인데 그렇게 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자연 앞에서 참말 아무 드러낼 것 없음에도 왜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모를까.

사람들이 저지를 교만의 끝은 어디일까.

 

나는 생각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매실나무에서 등을 돌렸다.

갑자기 바람이 세게 내 등을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매실나무들이 우우웅 울기 시작하였고 멀리 목련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하늘로 올랐다.

 

나는 뿌리치지도 못하고 버둥거리고 얼마간 서 있었다.

 

그랬던 어느 윤삼월 어느 봄날 학교 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