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까마귀를 엿보다
시인 신 성 수
이른 봄 새벽, 까마귀 세 마리가 흐린 하늘로 천천히 날아올랐다. 언제부터였을까. 교정(校庭)은 녀석들의 세상이 되었다. 계절도 따로 없이 큰 울음으로 왔음을 알리고 제멋대로 나무들을 깨우고 날아올랐다 내려왔다 하다가 또 어디론가 가 버리는 것이었다. 녀석들은 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은 무섭게도 보였다. 시커먼 두 날개를 힘차게 털어대며 고개를 한 번 돌릴 때 마주치기라도 하면 금세 몸이 굳어지고 발걸음은 제 자리에 멎을 때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녀석들 앞에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그래도 명색이 녀석들을 발아래 넉넉히 내려다 볼 수 있음에도 멀리서 울음소리만 들려도 비켜 갈 생각부터 하게 되었다. 녀석들은 그런 사람들이 재미있었나 보다. 좀처럼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어떤 날은 한 두 마리에서 어느 때는 나무 하나를 흔들어 댈 정도로 몰려들어와 저희들만의 신명을 늘어놓았다. 녀석들이 하는 짓을 볼 때마다 나무라기도 하고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이었을 뿐 나는 한 번도 그렇지 못했다. 녀석들은 나뭇가지를 흔들어가며 서로 날개를 펼치며 비켜 가거나 놀라는 사람들을 향해 더 힘차게 소리를 질러댔다. 나도 분명히 녀석들의 지나친 행동을 나무라야 했다. 그러지 말라고. 너희만 있는 곳이 아니라고. 그러나 그러나 마음속 혼자 생각이었을 뿐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늘 녀석들만 보면 놀라고 때로 무서웠다. 그래도 다행히 밤길은 고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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