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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역, 근처 국수전문집

(詩) 회기역, 근처 국수전문집

시인 신성수

 

아내의 병원 진료 길에 함께 하였다가 돌아오는 길에 회기역 근처 국수전문집에 마주앉았다. 아내는 잔치국수를, 나는 수제비칼국수를 시키고 마주 앉았다. 사실 아내에게 필요한 것은 고기였고, 많지 않지만 모아 온 용돈을 셈하여 근처 고기 집을 생각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국수를 원하였고 아내와 마주 앉아서 겨울 추위를 녹이면서 국수를 기다렸다. 국수가 나오자 나는 김치가 맛있다고 아내에게 많이 먹으라고 강조하면서 김치를 두어 접시나 비워가며 오랜만에 입에 맞는 오후를 즐겼다. 그러나 아내는 얼마 먹지 못하였다. 내가 급히 국수 그릇을 비우는 것을 본 것일까. 아내가 내민 국수를 바라보면서 나는 더 먹지 억지로라도 좀 더하지 하면서 나는 잔치국수도 배고픈 듯 먹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그러다 나는 국수를 남기고 말았다. 배도 불렀지만 문득 아내를 잊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주인에게는 너무 많이 주셔서 남겼습니다. 라고 변명을 둘러댔지만 뒤에 서 있는 아내에게 너무도 미안하였다. 나는 점퍼에 달린 모자의 끈을 힘껏 끌어당기고 국수집을 나와 회기역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였다. ‘당신, 또 빨리 가는 거예요?’ 모자를 당겨쓰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던 어느 오후. 몇 걸음 뒤에서 아내가 껌을 사왔다고 급한 숨을 몰아쉬면서 건넸다. 다행히 소요산 전철이 바로 와서 전철 안의 손님들은 나의 부끄러움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