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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검

(詩) 어떤 주검

詩人 신성수

 

나는 녀석이 충분히 털고 나올 줄 알았다.

올 겨울 눈도 많지 않았고

녀석이 막 숨을 거두었을 때 깊이 묻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녀석은 결국 제 몸무게만큼의 흙을 밀어내지 못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늘 궁금하였다.

흙을 걷어내면 녀석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마지막 모습처럼 웅크리고

그 작은 눈을 감고 편히 쉬고 있을까

아니면 햄스터로 살았던 것을 원망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사지를 편 상태로 굳어 있을까

생각할수록 무서웠다.

그 작은 주검이 나를 짓누를 줄은 정말 몰랐다.

정말 나는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했다.

늘 녀석을 부르고 먹이를 주고 그랬기 때문이었다.

미안한 것이 있다면 어떻게 하는 줄 몰라서

낯을 씻기거나 목욕을 한 번도 안 시킨 것 외에

나는 녀석의 주검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

그 작은 봉분을 바라볼 때마다 울컥하는 것이 있었다.

녀석이 일 년의 짧은 생을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제 스스로 물을 떠 마시거나 먹고 싶은 것 한 번도 찾지 못하고

그 작은 집안에서 맴돌다가 돌다가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고향이 어딘지는 모르나 절실하게 그리다가 죽었을 것이다.

단 한 번도 외출해 보지 못하고 떠난 것이었다.

결국 나는 녀석을 외면한 것이었다.

손등에 올려놓고 물어보기도 하고 귀 기울여 듣기도 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마지막 외면은 녀석이 빠져 나오지 못하게 가두어 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해 놓고서도 할 도리는 다했다고 다했다고

계단을 오르내린다. 쿵쿵거리며 오르내린다.

햄스터가 죽고 나서도 마음 놓고 쉬지도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인 내가 무서웠던 어느 겨울,

눈이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되바라지고 철없는 생각을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