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 것인가?
🧑 최영철
📅 2004-07-20
👀 341
음악잡지의 칼럼입니다.
어디로 갈 것인가?
최영철 / 한국첼로학회장, KBS미디어 콘서바토리 교수
옛이야기이다.
어느 나라 왕이 있었는데 왕은 자기 위치를 지키고자 바로 밑의 신하를 짓밟고, 그 신하도 자기 위치를 지키기 위해 그 아래 신하를 짓밟고, 그 신하는 그 밑을..
이런 식으로 짓밟고 내려가다 견디지 못한 하부 구조가 무너지는 바람에 결국은 왕까지 무너지고 피라밋 형태의 그 나라는 없어지고 말았다는 얘기이다.
음악의 사명이 무엇인가?
사람들의 영혼과 정신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것일게다.
고로 가장 숭고한 사명을 뺀 음악은 그저 일반 상술의 한 부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차츰 대형화하는 음악 무대와 일부 스타에 의존하는 연주 무대는 음악계의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다가 음악계에도 형성된 피라밋 형태가 서두의 옛이야기처럼 언제 무너질지 우려 된다. 사실상 자본을 바탕으로 음악계에도 여러 형태의 그림들이 그려져 왔다. 하지만 현 음악계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제 살 깎아먹기식의 운영에도 한계에 다다랐는지 상부와 하부가 한꺼번에 문을 닫을 지경에 놓인 단체가 눈에 뜨일 정도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음악계도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맞추어 여러 경제기법이 도입되어 화려하게 치장한 상품들이 많이 등장해 왔다. 그것도 이제는 어느 정도 식상한 듯싶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음악계에도 밀어닥친 불경기 탓일게다.
기존의 대형무대로 어느 정도 이익을 본 일부 자본이 어떻게든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더욱더 하부 구조를 압박하는 상술을 동원한다면 결국은 상하부 전체가 공멸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굳이 헤겔의 변증법을 들지 않아도 상부구조의 음악의 본질을 무시한 고도로 포장한 상술을 들이대며 자연적으로 커진 모순율과, 하부구조의 이율배반적인 스타 의존적 음악계의 무감각한 자기 모순의 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사이에는 자생적인 유물론적 음악관이 횡행할 것이다.
이런 현상을 범사회적으로 시야를 넓혀 확대하자면 변종의 세포분열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포착할 수 있으며 실제로 지구촌의 여러 변화를 관찰하면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 예가 미국의 9.11 테러나, 얼굴 없는 두건 쓰고 무고한 민간인을 참수하는 전선 없는 무서운 전쟁이다. 국내에서도 몇십명을 무참히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가 우리 가운데 멀쩡하게 공존하고 있지 않은가? 지구촌 곳곳 어디서 언제 끔찍한 일을 당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판국 아닌가? 이것이 바로 전선이 없고 적이 누군지 모르는 무서운 전생 양상이다.
왜 이런 살벌한 사회 현상을 들고 나오는지 현명한 독자들은 이미 판단하고 남겠으나 그 정도만 하고 음악계로 돌아가 부연 설명을 곁들이자면 이렇다.
음악계도 고유의 사명이 없어지고 경제논리로만 움직이다 보면 인간의 영혼과 정신을 정화시키는 본연의 소금 역할이 없어지고 유물론의 확장으로 인간의 정신이 퇴폐화하여 지금과 같은 독소적인 사회 현상이 차차 빈번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이는 정신과 영혼을 배제한 유물론적 음악관의 생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예술의 본질과 맛을 잃어버린 껍데기만의 감동 없는 물질 만능주의 예술의 양산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미쳐 차츰 클래식 분야의 소외를 가져올 것이고 일반 대중은 예술이란 일시적이며 감각적인 것이 본질인 것마냥 치부해 버릴 것이다. 감정과 이성은 가볍게 변할 것이고 천민자본주의가 판치는 양상이 벌어질 것이다. 이미 이 사회는 이런 현상이 오래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사고의 두께는 엷어지고 가벼운 판단만이 우선하며 매사에 급하고 갈등만이 앞서는 사회가 될 것이다.
한편 음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극단으로 치우쳐 분열되는 이상 세포 분열의 암적인 현상에 대해 강 건너 불보듯 하고 있지만 필자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담당하는 가장 큰 분야가 종교 외에 또 무엇인가?
바로 예술 분야 아닌가?
그 예술 분야가 훗날 역사에 의해 이 사회의 병적인 이상 세포 분열에 대한 책임 추궁을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남들 못 받은 하늘로부터 받은 특별한 달란트들을 썩이고 도리어 해악을 끼치고 있다면 이 사회에 대한 무책임과 예술가로서의 양심을 버린 댓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긴긴 여름날 연미복 입고 악기 연주하며 즐기던 베짱이가 추운 겨울날 얼어죽는 꼴이 지금의 음악계와 상관없는 멀고먼 장래의 일이라고 생각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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