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퇴직후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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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네탐정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2,326회 작성일 21-02-2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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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관으로 29년 8개월 근무하고 2020년 12월 31일 정년퇴직 했습니다. 91년 4월 서른둘 파릇 파릇(?)한 나이에 몸을 던진 지가 어제 같은데 어느듯 환갑을 넘긴 나이가 되었더군요.

29년 8개월 세월 중 25년을 수사부서에서 부대끼며 지냈습니다. 형사과 15년 수사과 10년 세월에 청춘이 갔습니다. 돌아보니 별로 미련도 후회도 없더군요. 그래도 시원 섭섭합니다.

요즘 집에서 알라보며 지냅니다. 제 큰 딸이 2021년 1월 1일 딸아이를 낳아 우리 집에서 몸조리 중입니다. 외할배가 된 저이지만 남자의 역할은 별로 없습니다. 그져 자고 있는 아이 옆에 누워 등이나 어깨 다독다독 안아주며 깨지않게 조용히 있어주는 것이 주로입니다. 가끔 기저귀도 갈아주고 옹알이 하는 외손주와 눈 마주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박수도 쳐주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참 행복합니다.


'30년 고생했으니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와야지' 하는 지인들도 있지만, 코로나 시기라 멀리 다니는 것도 좀 그렇고 게다가 외손주나 산모인 큰 딸에게 혹 나쁜 일 끼칠까봐 걍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근데 특이하게 잠이 참 많이 오더군요. 주로 잠자는 것이 일과인 외손주 곁에 있어서인지 저도 많이 자게 되더군요. 근 한달 잠을 잤더니 안 아프던 곳이 다시 아파 오더군요. 어깨, 팔목, 주먹 등 젊은 시절 부러지고 깨졌던 곳이 다시 아픕니다.

'명현현상'인가 여겨집니다. 그간 직장 생활로 긴장하다보니 아픈지도 모르고 지냈던 곳이 푹 쉬고 있으니 다시 아파지고 다시 회복되나 봅니다.


경찰 일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긴급하고 중요하며 돌발적인 일이 1년 365일 24시간 간단없이 벌어지고 대처하고 해결하고 그렇게 하루 하루가 쌓여 갑니다. 특히 사건 사고가 늘 벌어지는 형사, 수사과 근무는 긴장감이 무척 쌓입니다. 아마도 그 긴장감이 이제 사라지니 밑에 잠겨 있던 통증이 다시 떠오른 모양입니다.


어떤 결정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과정입니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첩보수집, 검거, 조사 등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첫 결정하는 것이 주로 저의 일이었습니다. 그 결정으로 사건의 성패가 갈리고 검찰과 협의도 하고 윗 상사들에게 보고도 하고 더 나아가 언론에 알려지게 되는 상황까지 예측을 하고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니 별로 깨진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퇴직한 지금 잠이 쏟아지고 숨어 있던 통증이 다시 올라오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요즘 컴터, 핸펀 등 IT와 가까와지려 애씁니다. 세상은 이미 페이스북, 밴드, 블로그 세상으로 변화 하였는데 저는 아직도 아날로그입니다.이제는 디지털세상입니다. SNS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세월입니다. 이미 와 있었지만 직장에 매달리느라 힘을 쏟지 못하였고 이런 저런 게으름으로 제대로 해보지 못하였습니다.


먼저, 양산박 모임에 글을 올려볼까 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울 동지들과 공감하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그간 겪었던 범죄, 범죄자, 형사 등 사람들과의 사연이 주가 될 것입니다. 사이 사이 우리 클럽 양산박에 대한 소회 등도 불쑥 불쑥 올라갈 것 같습니다.


그져 마음 가는대로 글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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